원가 관리를 너무 무시했던 엔지니어 출신 BMC 임원들
영국에서 2013년 나온 책을 번역해서 2015년에 나온 책 "자동차의 일생"에서 옮깁니다.
Bean counter 회계사 출신 사장이 너무 원가만 따져도 문제고,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 너무 엔지니어링에만 몰두해도 문제며, 결국 둘 다 적절히 갖춰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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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도로와 대회에서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코 BMC에 큰 돈을 벌어다 주지 못했다. 오히려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결국 파산하는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다. 레너드 로드의 "차만 좋으면 잘 팔리게 되어 있어"라는 무뚝뚝한 인식이 전형적인 것이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상사의 구태의연한 인식을 반영하듯, 알렉 이시고니스 역시 BMC, 오스틴, 모리스에서 모두가 차의 외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을 못하게 했고, 개발 비용을 관리하는 회계사들을 무시했다. 세상 모든 자동차 메이커의 회계사들이 모두 이렇게 훌륭하고 혁신적인 차를 어떻게 이토록 싼 값을 팔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영국 포드는 자사의 앵글리아보다 미니 한 데 제작비가 5 파운드 더 든다고 계산했지만, 미니는 앵글리아 대비 30 파운드 낮은 가격에 팔렸다. BMC가 미니의 제조원가 회계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영국 포드의 패트릭 헤네시는 개인적으로 이시고니스에게 전화해서 자신들의 회계사들의 결론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BMC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했다. BMC는, 허버트 오스틴처럼, 이익보다는 판매 대수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했고, 어떻게 하면 미니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는지에 몰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니가 미니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말을 농담삼아 하게 되었다. 미니와 다음 프로젝트인 오스틴/모리스 1100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BMC는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이시고니스의 전기 작가 질리언 바즐리는 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레너드 로드와 조지 해리먼은 엔지니어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수익성 있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직관에 의존해서 경영했다. 제품 가격정책을 등한시하여 너무 싸게 팔기 일쑤였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충분하도록 자본을 축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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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이기도 하지만, 경영진을 의심하는 습성이 1950-1960년대 BMC에 만연하도록 한 것도 역시 해리먼의 책임이다. 학벌 좋은 사람들은 말썽만 일으키고 실제로는 하는 일이 없다는 어이없는 선입관이 BMC에 팽배했고, BMC에서 출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밑바닥부터 진급하는 것이었으며, 사외 교육이라는 것은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영국 자동차 업체들은 지적으로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1970년대 석유 파동과 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 맞닥뜨리자 영국 자동차 업계가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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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와 미니를 디자인한 이시고니스는 해리먼에 의해 고위 경영진으로 승진되었는데, 그의 급한 성격과 독특한 의견이 이 직책에는 잘 맞지 않았다. 1962년 그가 설계한 오스틴/모리스 1100은 1960년대 내내 영국의 베스트셀러였지만, 1964년 (이시고니스가 거대한 미니로 보았던) 오스틴 1800, 퉁퉁 부은 사촌 오스틴 2200, 월슬리 6과 오스틴 3-litre, 1969년 맥시 등, 후속작들은 모두 지나치게 무겁고 덩치만 큰 졸작이었다. 이시고니스는 점점 더 커지는 자동차에 미니의 원칙을 적용해 내부 공간만 넓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시고니스 특유의 인색한 성품 때문에, 평범한 외관의 후속작들의 인테리어에는 별 장식이 없었다. 결국, 미니를 만들어 낸 천재에게도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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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에서는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최고 학교 졸업자들이 자동차 산업에 들어갔으나, 영국에서는 대학 졸업자의 재능에 대한 오래된 편견으로 명석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자동차 제조 업체를 선택하는 이들이 너무 적었다. 모리스, 오스틴, 로드처럼 정비소나 공장에서 승진한 기술자들은 배경이 다른 이들을 믿지 않았고 생산 계획이나 마케팅, 재무같은 그들이 보기에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기능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런 경영 능력은 자동차 업계에서 점점 더 중요해졌다. 그 결과 무능한 영국 경영진은 전후의 바뀌는 시장 상황과 근로자들의 동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