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02년 7월 KDX-III 전투체계 선정에서 마지막까지 미국의 이지스와 경쟁했던 네덜란드-독일의 AAWS 전투체계가 2003년 11월부터 실무장 사격시험을 통해 서서히 그 능력을 실증하고 새로이 덴마크해군의 초계함 건조사업에서 영국의 SAMPSON과 경쟁하고 있다. 네덜란드-독일 AAWS의 기원, 개발 과정 그리고 현재에 대해서 알아보자.
네덜란드-독일 협력의 시작
네덜란드는 2차대전 이후 해군을 재건하면서 자국의 해군 함정에 설치할 레이다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해 1954년부터 1958년까지 완성된 전후의 첫 국산 함정인 4척의 홀란드급과 8척의 프리슬란드급 대잠구축함에 자국의 방산전자업체 시그날(Hollandse Signaal Apparaten)이 만든 LW02 대공탐색, DA01 표적지정 레이다를 설치했다. 1956년 부활한 서독해군은 12척의 Z101형 함부르크급 구축함을 계획하고 1960년대에 건조할 때 (원래 계획된 숫자의 1/3인 4척만 1964년부터 1968년 사이에 완성) 2차대전 중에 네덜란드가 당한 피해를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시그날의 LW와 DA 계열 레이다를 도입해 설치했고 네덜란드해군과 독일해군의 협력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첫 자국산 레이다 LW02와 DA01을 설치한 프리슬란드급 구축함 Limburg와
경순양함 데제벤프로빈센에 설치된 미국제 SPS-39 3차원, SPG-55 사격통제 레이다와 Mk10 테리어 발사기
네덜란드해군의 첫 방공함은 1939년 건조를 시작했다가 1940년 나치 독일군에게 빼앗겼던 경순양함 데제벤프로빈센이었다. 전쟁 기간 중 공사가 중지되어 있다가 1953년에야 완성된 만재 배수량 12,000톤의 순양함의 뒤쪽 6인치 연장 포탑 2개를 떼고 1962년부터 1964년에 걸쳐 미국제 RIM-2 테리어 함대공미사일 연장발사기 Mk10 1대, SPG-55 사격통제 레이다 2대, SPS-39 3차원 레이다 1대를 설치한 것인데 자매함 드루이터도 원래는 같은 개조 공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테리어의 추가 공급을 거부해서 드루이터의 개조는 무산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실 1962년 인도네시아가 당시 네덜란드의 영토였던 뉴기니 섬의 서쪽 절반을 내놓으라고 네덜란드를 위협할 때 네덜란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네덜란드 편을 들면 당시 명목상 중립국이던 인도네시아가 소련에 붙을 까봐 네덜란드에게 양보하도록 압력을 넣은 바 있다.
브룸스틱과 시다트 - 1960년대의 프로젝트 호라이즌
데제벤프로빈센의 테리어는 미국제 대공전체계를 수입해서 자국산 경순양함에 붙인 것에 불과했는데 같은 시기에 네덜란드는 영국과 함께 본격적인 대공전체계의 개발을 시작했다. 바로 “1960년대의 프로젝트 호라이즌”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룸스틱 3차원 레이다/시다트의 개발이다. 이 프로젝트는 함대공미사일은 영국이 만들고 3차원 레이다와 사격통제 레이다/조사기는 네덜란드가 만들어 디지털 컴퓨터 전투체계와 함께 영국해군의 신형 항공모함 CVA-01, 방공구축함 82형, 네덜란드해군의 신형 방공호위함에 장비하겠다는 것이었고 1964년 2월 브룸스틱 3차원 레이다의 시제품이 네덜란드에서 완성되었다. 그러나 1966년 2월 영국정부가 '수에즈 운하 동쪽 (East of Suez)' 중동/아시아 배치용 신형 항공모함 CVA-01의 건조를 취소하고 뒤이어 호위 구축함 82형은 1척만 남기고 전부 건조를 취소하자 영국해군은 브룸스틱을 설치할 배가 사라져버렸고 자연히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네덜란드는 영국과의 공동개발이 무산되자 영국의 시다트 대신 미국의 SM-1 MR을 선택하고 단독으로 브룸스틱 (네덜란드 이름 MTTR) 개발을 계속 추진해서 1969년 2세트를 완성했다. MTTR은 SPS-01로 이름이 바뀌어 1975년, 1976년에 각각 취역한 트롬프, 드루이터에 미국제 SPG-51 사격통제 레이다/조사기 2대와 함께 설치되고 이 2척은 앞으로 25년간 네덜란드해군 전투전단에 방공우산을 제공하게 된다 (1999년 12월 11일 1번함 트롬프 퇴역).
앞서 LW와 DA 계열의 레이다를 시그날로부터 도입한 독일해군은 1964년 5월에 미국해군을 통해서 미국의 배스 아이언 웍스 조선소에 3척의 DDG-2 찰스 F. 애덤스급 (독일 이름은 Z103형 루첸스급) 방공구축함을 주문해 네덜란드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곧 이어 독일 국내에서 5척의 DDG-2를 추가 건조하는 것이 취소된 다음에 진행된 F121형 호위함 건조사업에 SPS-01이 1969년경 제안되었지만 사업 자체가 취소되어 SPS-01은 가장 유력한 수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1970년대에 네덜란드해군이 새로운 S형 대잠호위함 건조사업을 할 때 독일해군은 그 설계를 그대로 들여와 F122형 브레멘급으로 8척 건조하고 레이다도 모두 네덜란드제로 도입해서 네덜란드해군과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84년의 함대 계획과 SMART 레이다
1984년 네덜란드해군은 새로운 10개년 함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4년 후인 1988년에 트롬프와 드루이터의 SPS-01 3차원 레이다를 떼고 새로운 SMART 멀티빔 3차원 레이다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부터 10년 이상 개발해서 1975년 전력화될 때 미국의 SPS-48과 맞먹는 세계최고라고 할 수 있었던 SPS-01 3차원 레이다를 13년만 쓰고 버리겠다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SPS-01이 어디에도 수출되지 않아 겨우 2세트만 있었고 후속군수지원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SPS-01을 대체할 SMART의 개발은 1988년까지 완료되지 않았고 트롬프와 드루이터의 업그레이드 계획은 1988년에 축소되고 1989년에 완전히 취소되었다. 결국 트롬프와 드루이터는 별다른 개량 없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었고 1990년대에는 그저 그런 방공호위함에 불과했다.
SPS-01을 SMART로 바꾸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1984년, 시그날은 새로 개발한 STIR240과 GMCS를 공개했다. STIR240은 1975~1976년 트롬프와 드루이터가 전력화될 때 자국산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입해서 설치한 미국제 SPG-51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격통제 레이다/조사기이고 GMCS는 우리 KDX-II에 달린 미국 NTU의 WDS Mk14와 마찬가지로 여러 표적을 교전할 순서를 정하는 장비이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함대공미사일만 빼고 3차원 레이다, 사격통제 레이다/조사기, 교전 스케줄러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라가 되었고 STIR240과 GMCS는 1986년 2척이 취역한 L형 방공호위함에 설치되었다.
L형 방공호위함
NFR-90과 NAAWS
네덜란드가 함정 대공전체계의 국산화를 마친 1980년대에 NATO는 회원국들이 함께 건조해 사용할 공통 설계 호위함 건조사업을 시작했다. 1984년 3월부터 1985년 10월까지 수행된 타당성 연구의 결과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8개국은 "1990년대의 NATO 호위함" NFR-90을 미국해군의 몫 18척을 포함해서 모두 59척을 건조하기로 계획했다. NFR-90은 대공전이 아니라 대잠전을 주요 임무로 하는 함정이면서 미국해군의 이지스와 같은 본격적인 구역방공은 아니지만 소련해군 소브레멘니급 구축함의 SS-N-22 선번 초음속 함대함미사일의 집중공격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자신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함정도 지켜줄 수 있는 "Local Area" 방공능력을 갖추도록 요구되었다. 따라서 NFR-90의 함대공미사일체계 LAMS, Local Area Missile System은 긴 사거리보다 짧은 반응속도가 필요했고 여기에 미국은 NAAWS, 프랑스는 아스터 함대공미사일을 쓰는 FAMS를 제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NAAWS는 이지스처럼 함정의 전투체계와 함대공미사일 무기체계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묶인 체계로 계획되었고 프랑스가 주도하는 FAMS는 어떠한 함정 전투체계에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독립적인 함대공미사일 무기체계로 계획되어 서로 크게 달랐다. NAAWS에는 수평선을 탐색하고 함대공미사일을 유도할 다기능 레이다 MFR, Multi-Function Radar와 360도 반구 전체의 공간을 탐색할 체적탐색 레이다 VSR, Volume Search Radar가 있을 예정이었고 함대공미사일로는 Mk41 수직발사기 1셀에 4발씩 넣는 “quad pack” 시스패로가 제안되었다. 이 quad pack 시스패로는 나중에 ESSM이 된다. 미국과 유럽의 거의 모든 방산전자기업들이 눈독을 들인 NAAWS에는 나중에 노르웨이해군 난센급 호위함의 SPY-1F가 되는 미국 GE의 FARS부터 시작해서 B-1B 폭격기의 APQ-164 레이다의 변형까지 별의별 레이다들이 다 제안되었다. 네덜란드의 시그날은 최소 2개 이상의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만 하고 독자적으로 제안한 것은 없었지만 네덜란드의 국방과학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TNO-FEL과 함께 1989년부터 EXPAR라는 실험적 위상배열 레이다의 연구를 시작했다. 이 EXPAR가 바로 APAR의 모태가 된다.
NAAWS와 FAMS가 설치될 플랫폼인 NATO 8개국 공통의 NFR-90은 당연한 일이지만 8개국 해군의 요구가 모두 달랐고 특히 미국해군이 크고 비싼 함정을 주장하자 1989년 9월 영국이 제일 먼저 NFR-90 사업에서 탈퇴했다. 곧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영국을 따라 탈퇴해 NFR-90 계획에는 5개국만 남았고 영국은 1989년 12월 NAAWS 사업에서도 탈퇴하고 대신 FAMS로 옮겨 탔다. 결국 남은 5개국은 1990년 1월 18일 NFR-90 사업을 끝내버렸고 미국의 이지스 기술을 유럽의 동맹국들에게 전수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NAAWS는 미국해군이 마음을 바꿔 기술 이전에 난색을 보이면서 독일도 빠져나가 결국 네덜란드와 캐나다만 남게 되었다. 1990년 와해된 NFR-90에 설치하려던 NAAWS는 미국해군의 1992 회계연도 예산에서 완전히 삭감되면서 사라진다.
네덜란드-독일-캐나다의 APAR 개발 양해각서 교환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NFR-90과 NAAWS가 차례로 끝나자 네덜란드는 독일과 캐나다를 끌어들여 새로운 X-대역 능동위상배열 레이다 APAR를 개발하기로 1993년 양해각서를 교환해 드디어 APAR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APAR를 쓸 새로운 대공전체계에는 LAMS-NL, “로컬 에이리어 미사일 시스템 - 네덜란드”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체적탐색은 VSR이, 수평선탐색은 MFR이 따로 맡는 NAAWS 컨셉트를 그대로 물려받아 APAR는 NAAWS의 MFR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VSR로는 이제 SMART-S로 이름이 바뀐 SMART를 크게 만들고 탐지거리를 늘리기 위해 사용할 주파수 대역을 S-대역에서 L-대역으로 내린 SMART-L이 개발된다.
APAR를 관제할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ARTIST, Advanced Radar Technique for Improved Surveillance였고 여기에는 예술에 관련된 영어 단어가 되도록 이름을 지은 ACTOR, MUSICIAN, PAINTER, PIANIST가 하부 프로젝트로 있었다. ACTOR는 피아식별, MUSICIAN은 자료융합, PAINTER는 전자전대책 ECCM, PIANIST는 자동탐지추적 ADT에 관한 것이다.
1994년 당시 APAR는 4개의 안테나 “face”가 있는 고정식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아니었고 2개의 안테나 face가 있는 회전식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되었는데 탑재할 함정 또한 1994년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이 맺은 3국간 호위함 건조 협력 사업 TFC, Trilateral Frigate Cooperation에서 새로 만들 함정들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할 기존의 함정들도 고려되었다. 그 함정들은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 LCF형 방공호위함 4척 신규 건조, L형 방공호위함 2척 업그레이드, S형 호위함 업그레이드
독일: F124형 방공호위함 3척 신규 건조, F122형 호위함 8척 업그레이드
스페인: F100형 방공호위함 4척 신규 건조 (1995년 6월 탈퇴하고 미국의 이지스를 대신 선택)
캐나다: City형 호위함 4척 업그레이드
UAE: LCF형 방공호위함 6척 신규 건조 (1996년 5월 LAMS-NL에 돈을 댈 물주로 참여하도록 초청 받음)
City형 호위함의 선체에 SMART-L과 APAR를 설치하는 "Province"형 방공호위함 제안
APAR의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어 1995년 12월 하나의 안테나 face만 있는 시제품 제작이 발주되었고 1999년 12월 네덜란드해군의 본거지인 덴 헬더의 지상시험시설에 설치되었다. APAR를 실제로 설치할 함정은 네덜란드해군의 LCF형 방공호위함 4척, 독일해군의 F124형 3척만 발주되고 기존 함정의 업그레이드는 모두 취소되고 말았지만 LCF와 F124의 건조는 순조롭게 이루어져 첫 LCF인 데제벤프로빈센과 첫 F124인 작센은 2001년에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것은 대공전체계를 따로 만들고 그 대공전체계를 설치할 배는 같이 만들려다 배가 산으로 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프로젝트 호라이즌/CNGF와 대조적이다. 함께 만든 대공전체계를 따로 만든 배에 설치하는 사업의 진행이 훨씬 빠르고 매끄러웠던 것이다. LAMS-NL 대공전체계는 1990년대 말에 AAWS로 이름이 바뀌었고 다음과 같은 센서와 무장으로 구성된다.
SMART-L 장거리 3차원 체적탐색 레이다 (VSR)
APAR 다기능 레이다 (MFR)
SIRIUS 적외선탐색추적장치 (IRST)
SEWACO-FD 분산식 시스템 아키텍처
Mk41 수직발사기 (VLS)
SM-2 구역방공 미사일
ESSM 자함방공 미사일
AAWS에서 네덜란드는 SMART-L, APAR와 대공전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고 독일은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개발, 전투체계 소프트웨어와 대공전 소프트웨어의 통합, 그리고 전체 AAWS의 통합을 맡았다.
APAR의 목표 성능
APAR의 목표 성능은 150km까지 제한적인 체적탐색을 실시하고 75km까지 수평선탐색을 실시하며 (수평선탐색이 가능한 거리는 레이다의 설치 높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75km라는 수치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16개의 표적에 대해 32발의 함대공미사일을 동시에 유도하는 것이었다. 16개의 표적에 32발의 함대공미사일은 4개의 안테나 face를 모두 쓸 때의 수치이므로 안테나 face 하나만으로는 4개의 표적에 대해 8발의 함대공미사일을 동시에 유도하는 것이 목표이다.
APAR는 역할만 놓고 보면 같은 X-대역 주파수를 쓰는 사격통제 레이다/조사기 STIR240을 4개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STIR240을 단순히 4개 모아 달아도 APAR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 차이는 물론 APAR가 능동위상배열 레이다이기 때문이다. 3,424개의 갈륨 비소 송수신 소자가 있는 APAR의 각 안테나 face는 좌우로 120도, 위아래로는 ±60도를 커버하고 매초 1,000개 이상의 가느다란 펜슬 빔을 쏘기 때문에 폭 1.4도의 펜슬 빔 하나만 쏘는 STIR240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탐색, 복수 표적에 대한 추적 및 유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탐색, 추적, 유도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APAR는 ICWI, Interrupted Continuous Wave Illumination이라는 테크닉을 사용한다. Sampled data homing이라고도 부르는 ICWI는 SM-2와 ESSM이 공격할 표적을 끊어지지 않게 쭉 비춰주는 것이 아니고 interrupted라는 말 그대로 매초에 몇 번씩 끊어서 비춰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APAR가 SM-2와 ESSM을 어떤 표적에 유도할 때 탐색과 다른 표적에 대한 추적도 동시에 실시하기 위함이고 ICWI 테크닉은 특별히 개조된 SM-2와 ESSM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APAR의 4개 안테나 face에는 시그널 프로세싱 유니트 SPU, 데이터 프로세싱 유니트 DPU가 하나씩 있어 각 안테나 face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4개의 DPU가 처리한 데이터는 2개의 (마스터/슬레이브) 트랙킹 앤드 매니지먼트 유니트 TMU로 입력되고 TMU의 트랙은 다시 전투체계로 넘어간다. 모든 능동위상배열 레이다가 그렇듯이 APAR는 안테나 표면에서 높은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을 물로 식힌다. 이 때문에 APAR는 물이 차가운 북대서양에서는 제 성능을 내지만 물이 뜨거운 열대의 해역에서는 열을 너무 받아 문제가 생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현재 무더운 아라비아 해에서 네덜란드해군의 데제벤프로빈센이 테러리스트의 해상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작전 중인 다국적 150 기동부대의 기함을 맡고 있는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APAR가 정밀 추적할 표적을 미리 잡아서 넘기는 역할을 하는 SMART-L은 5초마다 한번씩 돌며 400km까지의 360도 반구 전체 공간을 탐색하는데 수직면 폭 6도의 빔 14개를 동시에 쏴서 표적의 고도를 파악하는 멀티빔 레이다이다. 두 레이다의 역할을 필기구에 비유하면 하얀 종이를 물감으로 전부 칠할 때 몇 번만 쓱싹 문지르면 되는 두꺼운 붓이 SMART-L이고 세밀한 묘사에 쓰는 얇은 샤프가 APAR이다. SIRIUS 적외선탐색추적장치는 표적이 내는 적외선을 잡아 탐지하고 추적하는데 빠르게 날기 때문에 많은 열을 내는 초음속 시스키밍 대함미사일에 대해서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캐나다가 주도한 SIRIUS의 개발은 사용할 프로세서가 성능 미달이어서 2년 이상 늦어졌고 LCF에는 아직도 SIRIUS가 달려있지 않다.
LCF와 F124의 취역과 실무장 사격시험
네덜란드해군의 첫 LCF형 방공호위함 데제벤프로빈센은 완성되어 시운전을 시작한지 거의 2년이 지난 2003년 11월 대서양의 아조레스 섬 근처로 가서 처음으로 실무장 사격시험을 가졌다. 여기서 데제벤프로빈센은 별다른 회피기동을 하지 않는 아음속 아이리스 표적에 SM-2와 ESSM을 1발씩 쏴 어떻게 보면 이 시험은 너무나 쉬웠다. 이 시험의 의미는 처음으로 APAR가 ICWI 기법을 써서 SM-2와 ESSM을 유도했다는 것이었고 본격적인 시험은 2004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시험장에서 있었다. 이 시험에서 독일해군의 F124형 방공호위함 1번함 작센은 8월 3일부터 16일까지 13개의 시나리오를 두고 10발의 SM-2와 11발의 ESSM을 아음속과 초음속 표적에 대고 쐈다. 일부 시나리오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M1 중거리 중고도 아음속 표적: 200~540 노트의 속도로 날며 6G까지 회피기동을 하는 BQM-74E 표적을 향해 ESSM 1발 발사
M2 중거리 중고도 아음속 표적: BQM-74E 표적을 향해 SM-2 1발 발사
M2Q 중거리 중고도 아음속 표적: BQM-74E 표적을 향해 SM-2 1발을 리어 레퍼런스 빔을 보내지 않는 “quiet mode”로 발사
M3 원거리 고고도/근거리 저고도 아음속 표적: 해상초계기처럼 멀리 높은 고도에서 선회하는 BQM-34S 표적에 SM-2 1발, 가깝고 낮게 나는 BQM-74E 표적에 ESSM 1발 발사
M7 중거리 중고도 아음속 표적: APAR가 보통의 CWI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ICWI용으로 특별히 개조되지 않은 SM-2 1발을 BQM-74E 표적을 향해 발사
M8 중거리 고고도 아음속 표적: 회피기동을 하는 BQM-74E 표적을 향해 SM-2 1발 발사
M9 고고도 초음속 표적: 초음속 하이다이빙 AQM-37C 표적을 향해 SM-2 1발을 발사하고 급선회해서 유도를 다른 안테나 face로 넘김
M10 저고도 아음속 표적: 웨이포인트를 찍으며 크게 돌아서 오는 BQM-74E 표적을 향해 ESSM 2발 발사
K1Q 근거리 아음속 표적: 코모란 공대함미사일을 향해 ESSM 1발을 quiet mode로 발사
K2 근거리 아음속 표적: 2발의 코모란 공대함미사일을 향해 ESSM을 1발씩 발사
K4 근거리 아음속 표적: 2발의 코모란 공대함미사일을 향해 SM-2 2발 발사
K5 근거리 아음속 표적: 1발의 코모란 공대함미사일을 향해 먼저 SM-2 1발, 그 다음 ESSM 1발 발사
SM-2 발사
독일해군의 시험에서는 초음속 하이다이빙 AQM-37C 표적에 대한 SM-2 사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초음속 시스키밍 표적에 대한 사격은 없었고 프랑스의 아스터 또한 아직 초음속 시스키밍 표적에 대한 사격을 하지 않아 현재로선 미국의 이지스가 초음속 시스키밍 표적을 실제 함대공미사일로 요격한 유일한 대공전체계이다.
ESSM 발사
이어 2005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네덜란드해군의 데제벤프로빈센은 대서양의 마데이라 섬 근처에서 APAR의 4개의 안테나 face 중에서 하나만 써서 2개의 아음속 아이리스 표적에 각각 2발의 SM-2와 ESSM을 유도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때 SM-2는 81km 거리에 있는 아이리스 표적을 요격했고 ESSM은 훨씬 가까운 45km 거리의 아이리스 표적을 요격했는데 이것으로써 하나의 안테나 face만으로 최소 4발은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또한 이 시험에서는 이전 시험에서 저고도 표적에 대한 ESSM의 성능이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서 수정한 소프트웨어로 ESSM을 유도한 결과 이제 요구를 만족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마치며
APAR는 하나의 안테나 face로 4개의 표적에 8발의 함대공미사일을 동시에 유도하는 목표 성능의 50%까지 실제로 보여줬다. 앞으로 목표 성능의 100%까지 입증하는 실무장 사격시험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시뮬레이션으로 때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APAR의 ICWI 테크닉은 자국산 능동유도 AAM-4의 함대공 변형의 개발을 포기하고 ESSM을 사다 쓰기로 한 일본의 인정을 받았다. 일본의 미쓰비시 전기는 원래 능동유도 AAM-4의 함대공 변형과 함께 쓰도록 개발되어 ESSM과 같은 반능동유도 함대공미사일을 위한 조사 기능이 없는 자사의 C-대역 능동위상배열 레이다 FCS-3에 추가할 미사일 컨트롤 모듈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해 붙이기로 하고 작년 4월 탈레스 네덜란드와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APAR는 FCS-3이란 동생이 생긴 셈이다. 이밖에 탈레스 네덜란드는 SMART-L과 APAR를 덴마크해군 초계함의 대공전체계 사업에 제안해 영국의 SAMPSON, 오스트레일리아의 CEA-MOUNT 조합과 경쟁하고 있고 아직 실물이 없는 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제안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SMART-S Mk2 + SAMPSON + CEA-MOUNT
APAR + SMAR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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