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1980년 벤츠의 디자인 변경 철학을 따라했던 미쓰비시 갤런

Humancat 2020. 5. 9. 10:56

1991년 일본에서 출판된 "거대기업집단 미쓰비시의 세계전략"의 1993년 국내 번역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이 제휴 건보다 훨씬 이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 왔다. ... 


미쓰비시 자동차의 진정한 목표인 유럽에서의 벤츠와의 공동 현지생산은 답보 상태에 있다. ... 


벤츠와 미쓰비시의 제휴 관계는 양사 간에 입장이 너무나 다르다. 벤츠는 미쓰비시를 벤츠 차의 일본 시장 내 판매를 위한 대리점 정도로 보는 입장이고, 미쓰비시는 유럽 전략과 세계 전략상 벤츠와 짝을 이루는 것이 최대의 소원인 것이다. 벤츠가 유럽 최대 메이커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급 브랜드이므로 일본 제 5위의 승용차 메이커인 미쓰비시 자동차로서는 벤츠와 제휴를 할 수만 있다면 일발에 국면을 역전시킬 수 있는 만루 홈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벤츠는 현재 일본 자동차 회사의 도움은 거의 필요 없고, 기껏해야 생산 중단 중인 소형차 분야를 라인업 (제품의 구색을 갖추는 것) 하기 위해 일본 자동차 회사의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벤츠 내부에서도 중진국이나 일본을 판매 상대로 소형 양산차를 생산하는 것이 벤츠의 기업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종래부터 미쓰비시의 기본적인 발상은 "벤츠와 같이 기술적으로 최고급인 자동차 생산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원래 생산재 메이커인 미쓰비시 중공업의 자동차 사업부에서 발족한 것으로 1970년까지는 중공업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토요타, 닛산 등의 자동차 전문회사에 뒤떨어지게 된 것이다.

미쓰비시 자동차를 중흥시킨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구보 도시오 고문(사장, 회장을 역임)은 일찍이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후 미쓰비시 자동차는 토요타, 닛산과 거의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중공업의 일부였으므로 전문 메이커처럼 집중적인 투자를 받을 수 없었고, 다른 부문과 평등하게 투자액을 할당 받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것이 토요타 등에 크게 뒤떨어지게 된 원인이다. 만약 조기에 분리하여 집중투자를 했더라면 토요타에 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구보 씨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관료적인 획일 평등주의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얘기한 것이다. ...


미쓰비시 자동차의 분리 독립은 당초에는 잘되어 나갔다. 1970년대 중반에는 갤런 시리즈의 히트로 승용차(경승용차 제외)는 시장점유율이 1970년대 초반의 5%에서 9%까지 신장되었다.

그러나 그 후 역으로 두 가지의 악재가 대두되었다. 첫째, 크라이슬러와의 굴욕적 계약으로 해외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미쓰비시 독자적으로는 미쓰비시 차를 팔 수 없게 된 것과, 둘째는 국내에서의 벤츠 차의 이미지를 너무 고집하여 실패한 것이다. 1980년에 갤런의 모델 체인지를 했을 때 구보 씨가 '벤츠 차처럼 훌륭한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는' 디자인 정책을 내놓아 이도저도 아닌 반토막 디자인 변경으로 끝났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게 어필하지 못해 판매부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양산형 대중차 분야에서 모델 체인지를 할 경우, 소비자로부터 전면적인 디자인 변경을 요구 받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그런데 메이커 측이 아직도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내가 만드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 너희들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반발을 사서 팔리지 않은 것이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그렇게 하여 완전히 패배했다. 10년 후 승용차 판매율은 원래의 5%로 되돌아와 미쓰비시 자동차는 현재도 토요타, 닛산, 혼다, 그리고 마쓰다의 뒤를 이어 5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1976년 나온 3세대 갤런



1978년 페이스리프트

 


1980년 나온 4세대 갤런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미래  (0) 2020.06.30
1997년 대우자동차 웹사이트  (0) 2020.05.30
1969년 토요타 마크 II  (0) 2020.04.18
1969년 이스즈 1600 플로리언  (0) 2020.04.11
1968년 닷산 (닛산 블루버드)  (0) 2020.04.04